전하께서 나랏일을 잘못 다스린 지 이미 오래되어, 나라의 기틀은 이미 무너졌고, 하늘의 뜻도 이미 떠났으며, 백성들의 마음 또한 이미 임금에서 멀어졌습니다. 비유하자면 큰 나무가 백 년 동안이나 그 속을 벌레한테 파먹혀 진이 빠지고 말라 죽었는데도 그저 바라보기만 하고, 폭풍우가 닥치면 견디어 내지 못할 위험한 상태가 언제 올지도 모르는 실정에 있은 지가 오랩니다.
조정에 있는 사람 가운데 충성스럽고 뜻있는 신하와 일찍 일어나 밤늦도록 공부하는 선비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미 나라의 형세가 극도에 달하여 지탱할 수 없고, 사방을 둘러보아도 손쓸 곳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낮은 벼슬아치는 아래서 히히덕거리며 술 마시고 즐기는 일에 정신이 없고, 높은 벼슬아치들은 위에서 거들먹거리며 오직 백성의 재물을 긁어모으는 데 정신이 팔려 물고기의 배가 썩어 들어가는 것 같은데도 그것을 바로잡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오라 조정의 내신들은 파당을 세워 궁중의 왕권을 농락하고 외신들은 향리에서 백성들을 착취하여 이리 떼처럼 날뛰면서도, 가죽이 다 닳아 없어지면 털이 붙어 있을 곳이 없는 이치를 모르고 있습니다. 이런 까닭에 신은 깊은 시름에 탄식만 길게 나올 뿐, 낮이면 하늘을 우러르기 수 차례였고, 눈물과 한숨을 누를 길 없어 밤이면 잠 못 이룬 지가 오랩니다. (중략)
이런 나라 형편을 바로잡는 길은 여러 가지 다양한 나라의 법령에 있지 않고, 오직 전하께서 한번 크게 마음먹기에 달려있는 것입니다. 하오나 전하께서는 홀로 전하께서 하시려 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시지를 못합니다. 학문을 좋아하십니까? 음악과 여색을 좋아하십니까? 말타기를 좋아하십니까? 군자를 좋아하십니까? 소인을 좋아하십니까? 그 좋아하시는 것이 무엇이냐에 국가의 존망이 달려 있습니다.
진실로 전하께서 하룻밤 사이에 깜짝 놀라 새 사람이 되듯 깨달으십시오. 지금부터라도 학문에 힘써 덕을 밝히시고, 백성이 새로운 희망을 가지고 일어서게 하십시오. 착함과 덕을 펴는 정치를 하면 나라를 바르게 다스리고 흩어진 민심이 다시 전하께로 돌아오고, 위기를 평안하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1555년 명종임금에게 남명 조 식 | |